이동평균 교차 —
모든 것의 기준선
규칙 한 줄, 계산은 나눗셈 하나. 이 강의에서 가장 단순한 전략이지만, 앞으로 등장할 통계 모형·머신러닝·딥러닝은 전부 이 전략과의 비교 위에서 평가받는다. 이동평균을 손으로 계산하고, 추세추종의 대가인 지연과 휩쏘를 슬라이더로 직접 확인한 뒤, "기준선"이 왜 필요한지 답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다.
종이 몇 장짜리 규칙이 링에 오르다
자로 재려면 먼저 자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듈은 앞으로의 모든 기법을 잴 그 자를 만든다.
초보자에게 규칙만 가르치면 트레이더가 되는가
1983년 겨울, 시카고의 상품 트레이더 리처드 데니스는 신문에 구인 광고를 내고 트레이딩 경험이 없는 지원자들을 뽑아 몇 주간 교육한 뒤 실제 자금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훌륭한 트레이더는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를 두고 동료와 벌인 내기였다는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훗날 "터틀"이라 불렸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배운 내용이다. 시장을 꿰뚫는 심오한 직관이 아니라, 종이 몇 장에 적히는 기계적 추세추종 규칙 — 가격이 일정 기준을 뚫고 올라서면 사고, 반대로 뚫고 내려오면 파는 규칙이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이 모듈에서 다루는 이동평균 교차는 바로 그 계열의 원형이다. 단기 평균이 장기 평균 위에 있으면 보유, 아니면 현금. 규칙 한 줄이고, 계산은 나눗셈 하나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 이 전략의 자리는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다. 앞으로 만날 LightGBM, 오토인코더, 강화학습까지 — 어떤 복잡한 기법이든 결국 이 단순한 전략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자로 재려면 먼저 자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듈은 그 자를 만드는 모듈이다.
터틀 일화는 규칙 기반 매매의 상징처럼 자주 인용되지만, 세부 내용은 참가자들의 회고에 의존하므로 여기서는 정황으로만 소개한다. 이 모듈에서 중요한 것은 일화의 진위가 아니라 그 배후의 발상이다 — 판단을 규칙으로 바꾸면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감이 좋다"는 검증할 수 없지만 "단기 평균이 장기 평균 위에 있으면 산다"는 과거 데이터에 돌려 채점할 수 있다. 모듈 1에서 만든 공정 비교의 틀에 올릴 수 있는 첫 번째 전략이 이렇게 단순한 형태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생각해 볼 질문
"이 종목은 느낌이 좋다"와 "5일 평균이 30일 평균을 상향 돌파했다"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수익률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의 관점에서 답해 보자.
이동평균 — 잡음을 뭉개는 가장 오래된 도구
평균은 잡음만 골라 지운다. 그리고 잡음을 강하게 지울수록 신호는 반드시 늦게 도착한다 — 이 트레이드오프가 모듈 전체를 관통한다.
매일 하루씩 미끄러지는 창
이동평균(Moving Average, MA)은 최근 N일 종가의 평균을 매일 다시 계산한 값이다. 하루 지나면 가장 오래된 값이 빠지고 새 값이 들어오므로 "움직이는" 평균이라 부른다.
어떤 날의 주가는 큰손의 일시적 매도, 뉴스에 대한 과잉 반응, 단순한 수급 불균형 같은 우연한 요인으로 쉽게 1~2% 흔들린다. 체온을 잴 때 방금 뜨거운 물을 마셨다면 한 번의 측정값은 튄다 — 그래서 여러 번 재서 평균을 본다. 평균을 내면 위로 튄 오차와 아래로 튄 오차가 상쇄되어 사라지고 진짜 체온만 남는다. 그 체온이 곧 추세다.
| 손계산 | 계산 | 읽어 낼 것 |
|---|---|---|
| 창이 미끄러진다 | 종가 10, 11, 12, 13, 14 → 5일 MA = 60÷5 = 12. 다음 날 15가 들어오고 10이 빠지면 65÷5 = 13 | 매일 하루씩 창이 이동하며 평균이 갱신된다 |
| 잡음만 지워진다 | 종가 100, 104, 98, 103, 100 (하루하루 ±4씩 요동) → 5일 MA = 505÷5 = 101 | 양의 오차와 음의 오차가 서로 지워져 평균은 차분하다. 반면 매일 1씩 오르는 추세는 평균을 내도 그대로 남는다 |
| 정보의 평균 나이 | N일 MA에 든 정보의 평균 나이 ≈ (N−1)÷2일. 20일 MA ≈ 열흘 묵은 정보, 200일 MA ≈ 석 달 전 소식까지 뒤섞인 값 | N을 키우면 잡음은 줄지만 그만큼 소식이 늦는다 |
N을 작게 하면 최근 가격에 민감해 빨리 반응하지만 잡음에도 잘 속고, N을 크게 하면 둔하지만 안정적이다. 짧은 MA는 "요즘 분위기", 긴 MA는 "장기 평균 체온"이다. 최근 값에 더 큰 가중치를 주는 변형인 지수이동평균(EMA)도 있으나 원리는 같으므로 이 강의에서는 단순 MA로 통일한다.
신호처리 관점에서 이동평균은 저역통과 필터(low-pass filter)다. 빠르게 진동하는 성분(고주파 = 일별 잡음)은 걸러내고 천천히 변하는 성분(저주파 = 추세)만 통과시킨다. 음향 기기에서 치익거리는 잡음을 제거하는 것과 수학적으로 같은 연산이다. 필터 이론의 보편 법칙도 그대로 적용된다 — 잡음을 강하게 거를수록 신호는 반드시 지연된다. §2에서 만날 "지연"이라는 대가는 설계 실수가 아니라 필터라는 도구의 물리 법칙 같은 성질이다.
수식으로는 \( \mathrm{MA}_N(t) = \frac{1}{N}\sum_{i=0}^{N-1} P_{t-i} \) — N일치 창의 산술평균이 전부다. 잡음 제거와 신속함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은 어떤 파라미터를 골라도 변하지 않으며, 이 트레이드오프가 이 모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출처 이동평균 = 유한 임펄스 응답 저역통과 필터라는 서술은 신호처리 표준 교과 내용이다. 예: Oppenheim & Schafer, Discrete-Time Signal Processing (Prentice Hall).
"주가가 20일선의 지지를 받았다"
MA는 과거 가격의 평균일 뿐, 미래 가격을 밀어 올리거나 막아 주는 물리적 힘이 아니다.
"이동평균선은 지지선·저항선으로 작동한다 — 주가가 20일선에 닿으면 튕겨 오른다."
이동평균은 그저 지난 N일 종가를 더해 N으로 나눈 숫자다. 많은 참여자가 같은 선을 보고 행동하면 일시적으로 자기실현적 효과가 생길 수는 있으나, 그것을 전제로 전략을 세우는 것은 검증 없이 믿음을 사는 일이다. 이 강의에서 MA의 역할은 단 하나 — 잡음을 지운 추세의 근사치다.
"지지받았다"는 서술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도 짚어 둘 만하다. 주가는 원래 오르내리므로, 어떤 선 근처에서 반등한 사례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골라 모을 수 있다. 반등하지 않고 뚫고 내려간 사례는 "지지가 깨졌다"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반례로 집계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설명이 되는 이론은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는다 — 검증 가능한 규칙만 링에 올린다는 이 강의의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교차 전략 — 확인하고 따라가기
추세추종은 "쌀 때 사기"가 아니라 "오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따라가기"다. 그 대가로 머리와 꼬리를 내주고 몸통만 먹는다.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
전략 규칙은 한 줄이다 — 단기 MA가 장기 MA보다 위에 있으면 보유, 아니면 현금. 단기선이 장기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는 순간이 골든크로스(매수), 위에서 아래로 뚫는 순간이 데드크로스(청산)다.
왜 두 개의 MA를 겹쳐 보는가. 단기 MA는 "요즘 분위기", 장기 MA는 "평소 체온"이므로, 요즘 분위기가 평소 수준을 뚫고 올라섰다는 것은 최근 가격이 과거 평균보다 확실히 높아졌다는 뜻이다. 가격 하나만 보면 하루짜리 반등에도 속지만, 평균끼리의 교차를 기다리면 우연한 튐이 아니라 지속된 움직임만 신호가 된다.
| 날 | 종가 | 3일 MA | 5일 MA | 판정 |
|---|---|---|---|---|
| 1~4일 | 8, 8, 8, 8 | 8 | 8 (4일째부터) | 두 선이 겹쳐 있다 — 신호 없음 |
| 5일째 | 10 | 8.67 | 8.40 | 골든크로스 — 단기가 장기를 위로 뚫었다 |
| 6일째 | 12 | 10.0 | 9.20 | 간격이 벌어지며 보유 유지 |
가격이 실제로 오르기 시작한 뒤에야 신호가 켜진다 — "확인 후 진입"이 계산에서 그대로 보인다. 배분은 동일가중이다. 신호가 켜진 종목들에 자본을 똑같이 나누고(4종목이면 각 25%), 켜진 종목이 하나도 없으면 전액 현금으로 쉰다. 모듈 1의 언어로 말하면, 이 전략의 목표비중은 "신호 켜진 종목 = 1/k씩, 나머지 = 현금"이라는 비율표다.
배분까지 동일가중으로 못 박는 이유는 기준선의 철학 때문이다. "유망한 종목에 더 싣는" 순간 그 비중 규칙 자체가 새로운 파라미터가 되고, 검증해야 할 대상이 하나 늘어난다. 기준선은 어디까지나 단순해야 하므로 판단이 개입할 자리를 모두 지워 버린 것이다. 3일/5일이라는 창 길이도 마찬가지다 — 과거 성적을 보고 "제일 잘 나온 조합"을 고르는 순간 기준선 자체가 선택 편향에 오염된다. 이 함정은 모듈 2 — 미래는 컨닝할 수 없다에서 다룬 그대로다.
지연과 휩쏘 — 시소의 양 끝
확인하고 들어가는 전략은 공짜가 아니다. 첫째 대가는 지연, 둘째 대가는 휩쏘(whipsaw) — 그리고 둘은 하나를 줄이면 다른 하나가 커지는 시소 관계다.
- 지연 — 바닥 100이던 주식이 110까지 오른 뒤에야 골든크로스가 뜨면, 처음 10%의 상승은 항상 남에게 양보하고 시작한다. 고점 130에서 꺾여도 데드크로스는 120 부근에서야 뜨므로 마지막 하락의 일부도 반드시 얻어맞는다. 추세추종이 가져가는 것은 머리도 꼬리도 아닌 몸통뿐이고, 몸통이 충분히 길 때만 — 즉 추세가 길게 이어지는 장에서만 — 돈을 번다
- 휩쏘 — 가격이 100과 102 사이를 방향 없이 오가는 횡보장에서는 두 MA가 서로 엉키며 골든·데드크로스가 번갈아 발생한다. 오를 때마다 102 부근에서 사고 내릴 때마다 100 부근에서 팔면 한 왕복에 약 2%, 왕복 거래비용 0.3%까지 더하면 약 2.3%씩 잃는다. 이런 헛매매가 열 번이면 추세가 오기도 전에 계좌의 20% 이상이 사라진다 — 잔펀치의 누적이다
- 시소 관계 — "휩쏘가 싫으니 N을 늘리자"는 처방은 §1의 필터 법칙대로 지연을 키운다. 진짜 추세 전환도 늦게 알아채 폭락의 더 깊은 곳까지 얻어맞는다. 반대로 N을 줄이면 빠르지만 휩쏘가 늘어난다. 파라미터 조정으로 둘 다 없애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조합을 골라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 — 이것이 이 전략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직관이다. 다음 실습에서 이 시소를 직접 조작해 확인한다.
이동평균 추세추종은 컴퓨터보다 오래된 기법이다. 20세기 중반 리처드 돈치안(Richard Donchian)이 이동평균과 채널 돌파에 기반한 규칙 매매를 체계화해 "추세추종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학술 쪽에서도 단순 이동평균 규칙의 예측력을 통계적으로 검정한 연구(Brock, Lakonishok & LeBaron, 1992)부터 다양한 자산군·긴 기간에서 추세(시계열 모멘텀) 효과가 관찰된다는 보고(Moskowitz, Ooi & Pedersen, 2012; Hurst, Ooi & Pedersen, 2017)까지 이어져 왔다.
다만 균형을 잡아 둘 것 — 널리 알려진 만큼 초과수익이 점점 얇아졌다는 보고도 많고, 거래비용을 넣으면 결과가 약해진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오래 살아남은 기법이라는 사실은 "믿어도 된다"가 아니라 "기준선으로 삼기에 충분히 검증되고 단순하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출처 Brock, Lakonishok & LeBaron, "Simple Technical Trading Rules and the Stochastic Properties of Stock Returns", Journal of Finance 47(5), 1992 · Moskowitz, Ooi & Pedersen, "Time Series Momentum",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04(2), 2012 · Hurst, Ooi & Pedersen, "A Century of Evidence on Trend-Following Investing",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44(1), 2017.
교차 실험실
창 길이 두 개를 움직이면 휩쏘와 지연의 시소가 눈앞에서 기운다. 공식이 아니라 눈으로 본다.
MA 교차 시뮬레이터 — 창을 움직여 시소를 확인한다
결정론적 합성 가격 위에서 단기·장기 창 조작하기
목표 — 단기·장기 창 길이를 바꿀 때 교차 횟수(휩쏘)와 진입 지연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 즉 둘을 동시에 줄이는 조합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가격은 난수 없는 합성 파형이다: 가격(t) = 100 + 12·sin(2π(t−40)/240) + 3.5·sin(2πt/24) + 1.5·sin(2πt/10), 360거래일. 큰 사인이 추세(저점 t=220), 작은 두 파동이 잡음 역할을 한다. 감쇠도 난수도 없으므로 누가 언제 돌려도 같은 그림이 나온다.
조작 안내 — 기본값(S=5, L=30)에서 시작해, 먼저 두 창을 모두 짧게(S=3, L=10), 다음에 모두 길게(S=30, L=150) 움직여 본다. 관찰 포인트 — ① 짧은 창(3/10): 교차가 34회로 폭증하고 보유 음영이 조각조각 끊긴다 — 휩쏘다. 헛매매 한 번마다 §2의 잔펀치가 쌓인다고 상상해 보라. ② 긴 창(30/150): 교차가 2회로 깨끗해지는 대신, 추세 저점(220일) 이후 57일이 지나서야 진입한다 — 상승의 머리를 통째로 양보하는 지연이다. ③ 어떤 조합을 만들어도 readout의 "교차 횟수"와 "진입 지연"이 동시에 작아지지 않는다 — 시소가 보이면 성공이다.
합성 파형을 쓰는 이유는 정답을 알기 위해서다. 실제 주가에서는 "진짜 추세 전환이 언제였는가"를 아무도 모르므로 지연을 잴 수 없지만, 이 파형에서는 추세 성분(240일 주기 사인)의 저점이 t=220으로 계산되어 있어 "저점 이후 첫 골든크로스까지 며칠"을 정확히 잴 수 있다. 기본값 S=5/L=30에서 진입 지연이 1일로 매우 짧은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 빨리 들어가는 대신 전체 교차가 13회나 되어 그중 상당수가 헛매매다. 빠름의 비용을 휩쏘로 지불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 하나. 이 실험은 지연·휩쏘의 구조를 보여 주는 장치이지, "어떤 S/L 조합이 실전에서 최적인가"의 답이 아니다. 이 파형에서 잘 맞는 조합을 골라내는 행위 자체가 모듈 2에서 경고한 과거 최적화이며, 실제 시장의 잡음은 이 파형처럼 규칙적이지도 않다.
왜 이것이 기준선인가
이 전략의 진짜 역할은 수익이 아니라 기준선이다. 복잡한 기법에게 존재 증명 부담을 지우는 대조군.
파라미터 2개라는 미덕
과학 실험에 대조군이 필요하듯, 복잡한 기법을 평가하려면 "가장 단순한 합리적 대안"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이동평균 교차는 파라미터가 단 2개(단기·장기 길이)라 과최적화 여지가 작고 구현 실수 가능성도 낮다 — 기준선으로 이상적인 성질이다.
신약 임상시험을 떠올리면 정확하다. 새 약의 효과는 "아무것도 안 먹은 사람"이 아니라 위약 또는 기존 표준 치료를 받은 대조군과 비교해서 증명한다. 딥러닝 전략이 연 12%를 벌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아무 정보가 없다. 같은 기간 이동평균 교차가 연 13%를 벌었다면 그 복잡한 모형은 오히려 마이너스의 기여를 한 것이다. 기준선 없는 성과 자랑은 대조군 없는 임상시험과 같다.
파라미터 개수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파라미터가 하나 늘 때마다 시험해 볼 수 있는 조합의 수는 곱셈으로 불어나고, 그중 우연히 과거 데이터에 잘 들어맞는 조합이 나올 확률도 함께 커진다. 파라미터 10개짜리 전략이 과거 수익률 그래프를 아름답게 그리는 것은 실력의 증거가 아니라 거의 통계적 필연이다. 반면 파라미터 2개짜리 전략은 "우연히 잘 맞을" 자유도 자체가 작다. 단순함은 취향이 아니라, 과거 성적을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를 좌우하는 통계적 성질이다.
"같은 성과면 단순한 쪽이 승리" — 오컴의 면도날이 여기서는 세 가지 구체적 이유로 정당화된다. 첫째, 단순한 모형은 과최적화 위험이 작아 과거 성적과 미래 성적의 간극이 작다. 둘째, 구현·운영 비용이 낮다 — 코드 열 줄짜리 전략은 버그가 숨을 곳도 열 줄뿐이다. 셋째, 실패했을 때 원인을 해부할 수 있다. 파라미터 2개짜리 전략이 무너지면 어디가 부러졌는지 보이지만, 블랙박스가 무너지면 배울 것조차 남지 않는다.
그래서 이 강의의 규칙 — 이후 모든 복잡한 기법은 "이 단순한 전략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복잡함은 자랑이 아니라 비용이다. 만들고, 유지하고, 이해하는 데 전부 돈이 든다. 그 비용을 상회하는 성과 개선의 증거를 요구하는 장치가 바로 기준선이다.
기준선을 세울 때 확인할 세 가지
기준선 자체가 오염되면 그 위의 모든 비교가 무너진다. 이동평균 교차를 기준선으로 쓸 때는 세 가지를 점검한다.
- 창 길이를 과거 성적을 보고 고르지 않았는가 — 그랬다면 그것도 선택 편향이다. 여러 조합을 시도했다면 시도 횟수를 함께 밝히고, 검증 방법론은 모듈 2 — 미래는 컨닝할 수 없다의 원칙을 따른다
- 거래비용을 넣었는가 — 교차 때마다 매매가 발생하므로 추세추종은 비용에 특히 민감하다. 휩쏘 구간에서는 비용이 손실의 주범이 된다
- 매수후보유와 비교했는가 — 처음에 사서 계속 들고 있는 매수후보유(buy and hold)는 가장 값싸고 강력한 비교 대상이다. 기준선의 기준선인 셈이다
세 번째 점검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부른다 — 장기 상승장에서 추세추종은 매수후보유에 대체로 진다. 그렇다면 이 전략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답은 §4에 있다.
수익이 아니라 보험 — MDD와 하락 방어
추세추종의 존재 이유는 흔히 수익률이 아니라 하락장 회피다. 평가 축을 수익률 하나로 두면 과녁을 잘못 고른 것이다.
MDD — 여정 중 최악의 순간을 재는 자
최대낙폭(MDD, Maximum Drawdown)은 자산이 고점에서 얼마나 깊이 떨어진 적이 있는지의 최댓값이다. MDD −30%란 최악의 순간 계좌가 고점 대비 30% 줄었다는 뜻 — 수익률만큼 중요한 위험 지표다.
| 손계산 | 계산 | 읽어 낼 것 |
|---|---|---|
| MDD | 계좌가 100 → 130 → 91 → 120으로 움직였다. 고점 130, 이후 최저 91 → 낙폭 = (130−91)÷130 = −30% | 마지막에 120까지 회복했어도 MDD는 −30%로 기록된다. MDD는 "최종 성적"이 아니라 "여정 중 최악의 순간"을 잰다 |
| 회복의 비대칭 | 91에서 130으로 돌아가려면 (130−91)÷91 ≈ +43%가 필요하다 | −30%를 지우는 데 +43%가 든다. 낙폭은 깊어질수록 회복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 모듈 1의 "곱으로 쌓이는 수익률"의 직접 귀결이다 |
하락 방어가 왜 존재 이유가 되는가. 장기 상승장에서 추세추종은 지연 때문에 상승의 머리와 꼬리를 늘 놓쳐 매수후보유에 대체로 진다. 그러나 시장이 반토막 나는 국면에서는 데드크로스가 어딘가에서 켜지고, 전액 현금으로 피신한 계좌는 낙폭의 상당 부분을 피한다. 즉 이 전략은 "더 벌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깊이 잃지 않기 위한 보험"에 가깝다. 보험을 평가하면서 "평소에 보험료만 나가고 수익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추세추종을 수익률 한 축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과녁을 잘못 고른 것이다.
보험 프레임에도 균형을 잡아 둘 것이 있다. 데드크로스는 사후에 켜지는 신호이므로, 하락이 이동평균의 반응 속도보다 빠르면 — 예컨대 급락이 하루 이틀에 집중되면 — 피신은 이미 깊은 손실을 본 뒤가 된다. 추세추종이 줄여 주는 것은 "길게 이어지는 하락"의 낙폭이지, 모든 종류의 폭락이 아니다. 보험에 면책 조항이 있듯 이 보험에도 보장 범위가 있다.
그래서 추세추종의 성적표는 최소 두 축으로 읽는다 — 수익률(대체로 매수후보유에 뒤진다)과 MDD(대체로 얕다). 위험까지 한 숫자에 눌러 담은 위험조정 지표(샤프지수 등)와 그 함정은 뒤 모듈들과 부록 B — 검증 방법론에서 다룬다. 상승장에서 매수후보유에 진 것 자체는 실패가 아니다 — 존재 이유가 하락 방어라면 그 축으로 평가해야 한다.
퀴즈와 정리
답을 보기 전에 먼저 스스로 답해 본다. 전부 이 모듈 안에서 다룬 내용이다.
종가 20, 22, 24, 26, 28의 5일 MA는? 다음 날 30이 추가되면?
휩쏘는 어떤 장에서, 왜 발생하는가?
휩쏘를 줄이려고 MA 길이 N을 크게 늘리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
내 새 전략이 이동평균 교차보다 위험조정 성과가 낮게 나왔다.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나?
추세추종 전략이 상승장에서 매수후보유에 지는 것은 실패인가?
계좌가 100 → 150 → 105 → 140으로 움직였다면 MDD는?
이동평균 교차가 기준선으로 적합한 이유를 두 가지 들라.
① MA = 잡음을 지우는 저역통과 필터. 교차 = 추세 전환의 확인 신호. 대가 = 지연과 휩쏘.
② 지연과 휩쏘는 시소 관계다. N을 조정해 하나를 줄이면 다른 하나가 커진다 — 둘 다 없애는 파라미터는 없다.
③ 기준선의 역할: 복잡한 기법에게 존재 증명 부담을 지운다. 같은 성과면 단순한 쪽이 승리한다.
④ 추세추종의 평가는 수익률보다 MDD(하락 방어)를 함께 볼 것 — 보험은 보험의 축으로 평가한다.
참고문헌
수치와 일화는 아래 원문 기준으로 서술했다. 공개 원문이 확실하지 않은 항목은 서지만 적었다.
실증 연구 · 추세추종
- Brock, W., Lakonishok, J. & LeBaron, B. (1992). "Simple Technical Trading Rules and the Stochastic Properties of Stock Returns." Journal of Finance 47(5). — 이동평균 규칙의 예측력을 통계적으로 검정한 고전 연구.
- Moskowitz, T., Ooi, Y. H. & Pedersen, L. H. (2012). "Time Series Momentum."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04(2). — 다양한 자산군에서 시계열 모멘텀(추세) 효과를 보고한 실증.
- Hurst, B., Ooi, Y. H. & Pedersen, L. H. (2017). "A Century of Evidence on Trend-Following Investing."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44(1). — 한 세기 이상의 기간·다자산에서 추세추종 성과를 집계한 연구.
원리 · 배경
- Oppenheim, A. V. & Schafer, R. W. Discrete-Time Signal Processing. Prentice Hall. — 이동평균 = 저역통과 필터, 필터링과 지연의 트레이드오프에 대한 표준 서술.
이 모듈의 실습 수치(교차 횟수·진입 지연일)는 본문에 적힌 결정론적 합성 파형에서 계산한 값이며, 실제 시장 데이터나 투자 성과를 시사하지 않는다. 리처드 데니스의 "터틀" 실험과 돈치안에 관한 서술은 참가자 회고와 2차 문헌에 의존하므로 정황("~로 알려져 있다")으로 표기했다. 인용 원칙: 연도는 발표 기준, 확신이 없는 서술은 "~로 알려져 있다"로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