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트레이딩 —
술취한 주인과 개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를 전혀 맞히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이 있다. 비결은 마술이 아니라 문제의 교체다 — 예측이 어려운 "방향" 대신, 예측이 쉬운 "두 종목 사이의 간격"에 베팅한다. 상관과 공적분의 차이, 시장중립의 구조, 그리고 이 강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조군 검증이 태어나는 순간까지. 진입·청산 문턱을 직접 움직여 잔매매를 관찰하는 실습이 들어 있다.
방향을 맞히지 않고 버는 법
퀀트들은 "오를까 내릴까"라는 어려운 시험을 버리고, "벌어진 간격은 좁혀질까"라는 쉬운 시험으로 갈아탔다.
어려운 시험 대신 쉬운 시험을 골라 치른다
1980년대 중반, 뉴욕 모건스탠리의 한 사무실에 물리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만든 전략은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묻지 않았다. 대신 오랫동안 붙어 다니던 두 종목의 간격이 평소보다 벌어졌는가만 물었다. 벌어졌으면 비싸진 쪽을 팔고 싸진 쪽을 사서, 간격이 도로 좁혀질 때 양쪽을 정리한다.
이 소박한 규칙이 큰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페어트레이딩은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라는 분야의 출발점이 되었다. 핵심 발상은 문제의 교체다. 내일 주가의 방향을 맞히는 일은 앞선 모듈들에서 보았듯 지독하게 어렵다. 그러나 "너무 벌어진 간격은 조만간 좁혀진다"는 예측은 — 두 종목을 묶는 통계적 속박이 진짜 존재하는 한 — 훨씬 믿을 만하다. 어려운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 아니라, 쉬운 시험을 골라 응시하는 방법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 속박이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통계적 숙제와, 속박이 끊어질 위험이라는 새 리스크를 떠안는다. 이 모듈의 후반부는 정확히 그 숙제와 리스크를 다룬다.
모건스탠리의 초기 퀀트 그룹 이야기는 학술 문헌에서도 "월가의 구전"으로 소개된다. 페어트레이딩 성과를 처음 대규모로 검증한 Gatev·Goetzmann·Rouwenhorst의 논문도 이 전략의 기원을 1980년대 중반 모건스탠리의 퀀트 팀으로 전해진다고 적었다 — 내부 기록이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정황으로 읽어야 한다. 확실한 것은 그 후의 실증이다. 이 논문은 1962~2002년 미국 주식에서 단순한 페어 규칙이 유의미한 초과수익을 냈음을 보고했고, 동시에 최근으로 올수록 수익성이 약해졌다는 점도 함께 보고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알려질수록 닳는다.
생각해 볼 질문
"방향 예측"과 "간격 예측"은 왜 난이도가 다를까. 이 모듈이 끝나면 목줄 비유로 한 문장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Gatev, Goetzmann & Rouwenhorst, "Pairs Trading: Performance of a Relative-Value Arbitrage Rul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19(3), 2006. doi:10.1093/rfs/hhj020
상관이 아니라 공적분
상관은 하루짜리 보폭의 닮음이고, 공적분은 간격이 되돌아온다는 장기 속박이다. 페어트레이딩에 필요한 것은 후자다.
매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도 간격은 한없이 벌어질 수 있다
같은 업종의 두 회사, 예컨대 두 정유사의 주가는 오랫동안 비슷하게 움직이곤 한다. 그런데 "비슷하게 움직인다"에는 수준이 전혀 다른 두 개념이 숨어 있다.
| 개념 | 무엇을 재는가 | 보증하는 것 |
|---|---|---|
| 상관 (correlation) | 하루하루 움직임의 방향이 닮은 정도. 오늘 A가 오르면 B도 오르는 경향 | 보폭의 닮음뿐. 간격이 어디까지 벌어지는지는 통제하지 못한다 |
| 공적분 (cointegration) | 각자는 랜덤워크라도, 둘의 간격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되돌아오는 장기 속박 | 간격의 평균회귀 — 페어트레이딩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 |
| 평균회귀 (mean reversion) | 평균에서 멀어진 값이 다시 평균으로 돌아오는 성질 | 추세추종("오르는 것은 더 오른다")과 정반대 발상 |
차이를 숫자로 확인해 보자. A와 B가 60일 연속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A는 하루 +1%, B는 하루 +0.5%씩이었다고 하자. 방향 일치율 100%로 상관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간격은 매일 0.5%포인트씩 벌어져, 60일 뒤 누적 간격은 약 0.5% × 60 = 30%포인트. 간격은 단 한 번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상관은 평균회귀를 보증하지 않는다. 상관에서 멈추면, 목줄 없는 행인 둘을 묶어 놓고 목줄이 당겨지기를 기다리는 꼴이 된다.
공적분 이론은 클라이브 그레인저(Clive Granger)와 로버트 엥글(Robert Engle)이 1987년 공동 논문에서 체계화했다. 핵심 통찰은 이렇다. 랜덤워크 두 개를 아무렇게나 회귀시키면, 실제로는 아무 관계가 없어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회귀(spurious regression) 문제가 생긴다. 특별한 조합 — 공적분 — 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그 회귀가 진짜 의미를 갖는다. 두 사람은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수상 사유를 정확히 적으면 그레인저는 공적분을 포함한 공통 추세 분석으로, 엥글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변동성(ARCH) 분석으로 받았다.
평균회귀와 추세추종이 반대 발상이라는 점도 짚어 두자. 같은 데이터라도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정반대 전략이 나온다. 개별 주가 자체는 추세를 그리며 어디로든 흘러가지만, 잘 고른 쌍의 간격은 평균회귀한다. 페어트레이딩은 평균회귀가 실제로 성립하는 드문 장소를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
출처 Engle & Granger, "Co-integration and Error Correction: Representation, Estimation, and Testing", Econometrica 55(2), 1987. doi:10.2307/1913236 · 2003년 노벨 경제학상 공식 발표: nobelprize.org
술취한 주인과 개 — 목줄이 당겨지는 힘에 베팅한다
술취한 주인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랜덤워크). 그러나 목줄에 묶인 개는 주인에게서 목줄 길이 이상 멀어질 수 없다. 벌어지면 목줄이 당겨 다시 가까워진다.
페어트레이딩이 베팅하는 것은 주인의 행선지(시장 방향)가 아니라 목줄이 당겨지는 힘(간격의 평균회귀)이다. 주인의 다음 걸음을 맞히기는 지독하게 어렵지만, "개가 주인에게서 10미터 떨어져 있다면 조만간 가까워질 것"이라는 예측은 목줄이 튼튼한 한 거의 확실하다. 공적분은 하루하루의 방향이 가끔 어긋나도 상관없다 — 간격이 벗어나면 돌아온다는 장기 구속만 있으면 된다.
이 비유는 계량경제학자 마이클 머리(Michael P. Murray)가 1994년 발표한 두 쪽짜리 논문 "A Drunk and Her Dog"에서 나왔다. 공적분과 오차수정모형을 우화 하나로 설명한 명문으로, 계량경제학 강의에서 지금도 애용된다. 원문의 주인공은 술취한 여성과 그녀의 개다 — 주인이 비틀거리며 어디로 가든, 개는 주인의 위치를 기준으로 오차를 수정하며 따라간다는 것이 오차수정모형의 직관 그 자체다.
페어트레이딩은 이 학술 이론을 그대로 돈 버는 규칙으로 번역한, 이론과 실무가 드물게 정확히 포개진 사례다. 노벨상 수상 이론이 그대로 매매 규칙이 되는 일은 흔치 않다.
출처 Murray, "A Drunk and Her Dog: An Illustration of Cointegration and Error Correction", The American Statistician 48(1), 1994. doi:10.1080/00031305.1994.10476017
시장중립 — 리스크의 교환
롱과 숏이 시장의 공통 움직임을 상쇄하므로, 손익은 오직 간격이 변할 때만 발생한다. 단, 리스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종류가 바뀐 것이다.
시장이 5% 폭락해도 계좌는 0원 변동
시장중립(market neutral)은 롱과 숏을 같은 크기로 들어 시장 전체의 등락에 영향받지 않게 만든 상태다. 순노출(롱 − 숏)이 0이다.
| 포지션 | 금액 | 시장 전체 −5% (두 종목 동일 하락) | 손익 |
|---|---|---|---|
| A 롱 | 1,000만 원 | A도 −5% | −50만 원 |
| B 숏 | 1,000만 원 | B도 −5% → 숏은 반대로 이익 | +50만 원 |
| 합계 | 순노출 0 | 시장의 폭락이 계좌를 스치지도 못했다 | 0원 |
전략의 뼈대는 이렇다. 간격이 평소보다 크게 벌어지면 비싸진 쪽을 숏, 싸진 쪽을 롱한다. 간격이 좁혀지면 양쪽을 청산한다. 시장 전체가 오르든 내리든 두 종목이 같이 움직이는 부분은 롱과 숏이 상쇄하므로, 간격만 좁혀지면 돈을 번다. 손익이 발생하는 것은 오직 두 종목이 서로 다르게 움직일 때, 즉 간격이 변할 때뿐이다.
"시장중립이니까 안전한 전략이다."
시장중립은 시장 방향 리스크를 없앤 대신 간격 리스크(목줄이 끊어질 위험)를 대신 짊어진 것이다. 리스크의 종류를 바꾼 것이지 크기를 없앤 것이 아니다. §5에서 보듯, 목줄이 끊어지면 시장중립 포트폴리오도 얼마든지 파국을 맞는다 — 1998년의 LTCM이 그 증거다.
숏이 손익을 뒤집는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하면, 숏은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포지션이라 가격이 내려갈수록 싸게 사서 갚을 수 있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5%가 롱에서는 −50만 원, 숏에서는 +50만 원이 된다. 이 상쇄는 두 종목이 같이 움직인 부분에만 성립한다는 점이 요체다 — 서로 다르게 움직인 부분, 즉 간격의 변화만이 계좌에 남는다.
실무적으로는 숏에 비용이 붙는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주식을 빌리는 대차 비용, 그리고 빌릴 물량이 아예 없는 종목의 존재가 백테스트와 실전의 간격을 만든다. 시장중립 전략의 성적표를 볼 때는 "숏 비용을 얼마로 가정했는가"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짝 찾기와 매매 규칙
상관으로 후보를 추리고 공적분 검정으로 확정하는 2단계 깔때기. 매매는 스프레드의 z-score가 담당한다.
서류 전형과 면접 — 2단계 깔때기
짝은 아무렇게나 고르지 않는다. 공적분 검정은 계산이 무겁고 보수적이어서 모든 쌍에 바로 돌리기엔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값싼 필터(상관)로 추리고 비싼 검정(공적분)으로 확정한다 — 서류 전형으로 추리고 면접으로 뽑는 채용 절차와 같다.
- 후보 수집 — 장기 가격 흐름의 상관이 높은 쌍을 모은다. 상관은 최종 합격증이 아니라 후보 자격일 뿐이다(§1)
- 헤지비율 추정 — 쌍마다 두 종목의 적정 배합 비율을 회귀로 추정하고, 그 배합으로 만든 간격(스프레드)을 계산한다
- 공적분 검정 — 스프레드가 정말 "되돌아오는 성질"이 있는지 통계 검정을 통과한 쌍만 채택한다. 우연으로는 통과하기 어려운 보수적 기준을 쓴다
- 집중 차단 — 강한 쌍 몇 개만 쓰고, 한 종목은 한 쌍에만 넣는다. 종목 X가 세 쌍에 겹쳐 들어가면, X의 악재 하나에 "독립인 줄 알았던" 세 포지션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 분산인 줄 알았던 것이 실은 3배 베팅이다
②의 회귀(regression)는 점들이 흩어진 그래프에 가장 잘 맞는 직선을 긋는 통계 기법이다. 여기서는 "A가 1% 움직일 때 B는 평균 몇 % 움직이나"라는 배합 비율(직선의 기울기), 즉 헤지비율을 찾는 데 쓴다. A가 1% 움직일 때 B가 평균 2% 움직이는 쌍을 같은 금액으로 롱·숏하면 B 쪽이 두 배로 출렁여 상쇄가 어긋난다. 시소의 양쪽에 몸무게가 다른 두 사람을 태우려면 무거운 쪽을 축에 가깝게 앉혀야 하듯, 움직임이 큰 종목의 비중을 줄여 출렁임을 맞추는 조절값이 헤지비율이다.
손계산으로 스프레드를 만들어 보자. 회귀 결과 헤지비율이 2.0(B가 A의 2배로 움직임)이면 스프레드 = B가격 − 2.0 × A가격으로 정의한다. A = 50,000원, B = 98,000원이면 스프레드 = 98,000 − 100,000 = −2,000. 다음 날 둘 다 시장을 따라 1% 오르면 A = 50,500, B = 98,980 → 스프레드 = 98,980 − 101,000 = −2,020. 시장이 1% 움직였는데 스프레드는 거의 그대로다. 공통 움직임이 소거되고 순수한 "간격"만 남는다.
③의 실무 표준은 엥글-그레인저(Engle–Granger) 검정과 ADF(단위근) 검정이다. ADF 검정의 질문은 단 하나 — "이 시계열은 랜덤워크인가, 평균으로 끌려오는 힘이 있는가." 뼈대는 오늘의 변화량을 어제의 수준에 회귀시키는 것이다. 어제 값이 높았을 때 오늘 내려오는 경향(음의 기울기)이 뚜렷하면 평균회귀로, 무관하면 랜덤워크로 판정한다. 개에 비유하면 "주인에게서 멀어져 있을수록 다음 걸음이 주인 쪽을 향하는가"를 세는 것이다. 엥글-그레인저 검정은 이를 두 단계로 조립한다 — 1단계에서 회귀로 헤지비율을 추정해 스프레드를 만들고, 2단계에서 그 스프레드에 ADF를 돌린다. 주의: 검정을 수백 쌍에 반복하면 우연히 통과하는 가짜가 반드시 섞인다. ③에서 보수적 기준을 강조한 이유다.
출처 Dickey & Fuller, "Distribution of the Estimators for Autoregressive Time Series with a Unit Root", JASA 74(366), 1979. doi:10.1080/01621459.1979.10482531 · Engle & Granger (1987), 위 §1 출처와 동일.
z-score — "평소보다 표준편차 몇 개만큼 특이한가"
매매는 스프레드의 z-score로 한다. z = (지금 값 − 평소 평균) ÷ 표준편차. 시험 점수로 치면 "반 평균 대비 내 점수의 특별함"을 재는 것과 같다. 이 모듈부터 z-값이 주인공이 된다.
- 계산 예 — 스프레드의 최근 평균이 0, 표준편차가 2인데 오늘 스프레드가 +3이면 z = (3 − 0) ÷ 2 = 1.5. "평소보다 1.5 표준편차만큼 벌어졌다"
- 진입 — |z| ≥ 1.5면 진입(벌어졌다). z가 +면 스프레드 앞에 놓인 종목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이므로 그쪽을 숏, 반대쪽을 롱. z가 −면 방향을 뒤집는다
- 청산 — |z| ≤ 0.5면 청산(충분히 좁혀졌다). 어느 경우든 베팅의 내용은 같다: "z가 0(평소 간격)을 향해 돌아온다"
- 문턱을 둘로 나누는 이유 — 경계선 근처에서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잔매매를 막기 위해서다. 문 하나로 들어오고 나가게 하면 문지방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생긴다 — 아래 실습에서 직접 확인한다
실무에서 자주 밟는 함정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하는 관찰 창(lookback)의 길이가 성패를 가른다. 창이 너무 짧으면 우연한 출렁임에도 z가 요동쳐 거짓 신호가 늘고, 너무 길면 관계가 이미 변했는데도 옛날 평균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둘째, 문턱값 1.5/0.5는 마법의 숫자가 아니다. 과거 데이터에 맞춰 문턱을 이리저리 조정해 성과가 가장 좋은 값을 고르면, 팩터 랭킹 모듈에서 본 과최적화의 문이 다시 열린다. 문턱은 상식적인 값으로 고정하고, 검증은 §4의 대조군으로 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 시장에서 이 아이디어가 가장 오래 회자된 사례는 같은 회사의 보통주-우선주 쌍이다. 같은 회사의 소유권이므로 목줄이 매우 튼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의결권 유무와 유동성 차이로 가격 차가 수년간 한 방향으로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은 쌍"조차 통계 검정 없이는 믿을 수 없다는 좋은 교훈이다.
문턱 실험실
진입·청산 문턱을 직접 움직여 본다. 두 문턱을 하나로 좁히는 순간 경계에서 잔매매가 급증한다.
진입 문턱과 청산 문턱 — 문을 두 개 두는 이유
결정론적 스프레드 경로에서 문턱 실험
목표 — 진입 문턱(히스테리시스의 바깥문)과 청산 문턱(안쪽 문)의 간격이 좁아질 때 거래 횟수가 어떻게 폭증하는지 확인한다. 경로는 사인 두 개 + 선형 추세의 합으로 만든 결정론적 z-score 180일이다(난수 없음 — 언제 열어도 같은 그림).
조작 안내 — 기본값(진입 1.5 / 청산 0.5)에서 시작해, 진입을 1.0까지 내리고 청산을 1.0까지 올려 두 문턱을 한 지점으로 모아 본다. 반대로 진입을 2.5 이상으로도 올려 본다. 관찰 포인트 — ① 기본값에서는 왕복 6회의 여유 있는 매매가 나온다. ② 두 문턱을 1.0/1.0으로 모으면 왕복 16회 — 경계 근처의 잔물결마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잔매매(채터링)다. 거래마다 비용이 붙는다는 모듈 1의 교훈을 떠올리면, 같은 경로에서 비용만 2.7배가 된다. ③ 진입을 2.5 이상으로 올리면 거래 0회 — 문턱이 높으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④ 청산을 0.0으로 내리면 첫 진입 후 영영 청산하지 못한다 — "완전히 평소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규칙은 실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진입과 청산 문턱을 다르게 두는 구조를 공학에서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라 부른다. 보일러의 온도 조절기가 같은 원리다 — 20도에서 켜고 20도에서 끄면 경계에서 켜짐과 꺼짐을 무한 반복하므로, 19도에 켜고 21도에 끄도록 간격을 둔다. 매매에서 이 간격이 없으면 z가 경계 근처에서 잔물결칠 때마다 진입과 청산이 반복되고, 각 왕복마다 거래비용이 빠져나간다. 신호의 품질이 같아도 문턱 설계 하나로 비용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실습의 경로는 z(t) = 1.6·sin(2πt/60) + 0.5·sin(2πt/7) + 0.003t로 정의된 합성 경로다. 굵은 사인이 "벌어졌다 좁혀지는" 큰 흐름을, 잔사인이 경계 근처의 잔물결을, 선형 항이 서서히 한쪽으로 흐르는 추세(목줄이 살짝 늘어나는 상황)를 흉내 낸다. 실제 스프레드는 여기에 난수가 더해진 모습이지만, 문턱과 잔매매의 관계는 결정론적 경로에서 더 깨끗하게 보인다.
대조군 검증 — 정답을 아는 가짜 시장
버그는 수익처럼 보인다. 그래서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정답을 심어 둔 합성 데이터로 코드를 채점한다.
수익 곡선은 진짜 알파와 버그를 구별해 주지 않는다
백테스트의 무서운 점은 버그가 수익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미래 데이터를 몰래 참조하는 실수, 체결 가격을 잘못 잡는 실수는 하나같이 성과를 부풀리는 쪽으로 작동하고, 화면에는 그저 근사한 수익 곡선만 찍힌다.
수익 곡선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진짜 알파인지, 버그인지, 우연인지"는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발상을 뒤집는다. 신약을 시험할 때 약효가 있어야 할 집단(양성 대조군)과 없어야 할 집단(음성 대조군)을 모두 보듯, 실제 시장 데이터가 아니라 정답을 아는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 코드에 먹이는 것이다. 정답을 심어 놓았으니, 코드가 그 정답을 찾는지(양성) — 없는 정답을 지어내지는 않는지(음성)를 채점할 수 있다.
미끼 쌍의 역할을 음미해 보자. 이 모듈의 핵심 주장이 "상관 ≠ 공적분"이었으므로, 검증도 정확히 그 경계를 겨냥한다. 만약 선별 로직이 미끼를 덥석 문다면, 코드는 공적분 검정이 아니라 사실상 상관 필터만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시험 문제에 함정 보기를 심어 수험생이 개념을 진짜 이해했는지 가려내는 것과 같다. 음성 대조군은 반대쪽 오류 — 없는 구조를 "발견"하는 과잉 탐지 — 를 잡는다.
이 두 겹 채점은 전략 검증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검증의 일반 원리이기도 하다. 단위 테스트가 "정답이 알려진 입력"으로 함수를 채점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시장 데이터에는 정답 라벨이 없으므로, 정답을 아는 세계를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인샘플 성적의 크기가 아니라, OOS와의 낙차를 보라
이 강의 플랫폼의 합성데이터 실험 결과다. 양성 대조군에서 심은 4쌍 전부 발견, 미끼 배제. 음성 대조군에서 채택 0쌍, 거래 없음. 그리고 샤프비율은 인샘플 3.58 → OOS 3.32로 유지됐다.
| 전략 (합성데이터 실험) | 인샘플 샤프 | OOS 샤프 | 판정 |
|---|---|---|---|
| 과최적화된 팩터 전략 (모듈 5) | +5.59 | −0.55 | 붕괴 — 과거에만 맞춘 가짜 알파 |
| 페어트레이딩 (이 모듈) | 3.58 | 3.32 | 유지 — 심어 둔 진짜 구조를 포착 |
두 줄의 대비가 이 강의 전체의 잣대다. 과최적화된 전략은 인샘플에서 눈부신 성적을 냈지만 처음 보는 데이터에서 무너졌다. 반면 진짜 구조(심어 놓은 공적분)를 포착한 전략은 처음 보는 데이터에서도 대략 비슷하게 작동한다. OOS 유지 여부가 진짜 알파와 가짜 알파를 가르는 리트머스지다. 인샘플 성적의 크기에 감탄하지 말고, 인샘플과 OOS 사이의 낙차를 보라.
여기 나온 샤프 3.58/3.32는 정답을 심어 둔 합성 시장에서의 수치임을 다시 강조해 둔다. 실제 시장의 페어트레이딩이 이런 샤프를 지속적으로 낸다는 뜻이 아니다 — 실증 연구(도입 카드의 Gatev 등)는 훨씬 완만한 초과수익을, 그것도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는 형태로 보고한다. 합성 실험의 목적은 수익 자랑이 아니라 구현의 정합성 채점이다. "정답이 있는 세계에서 정답을 찾는 코드"임을 확인한 뒤에야, 실제 시장에 들이댈 자격이 생긴다.
목줄이 끊어질 때
공적분은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목줄이 끊어진 직후일수록, z-값은 전략에 최고의 진입 신호처럼 보인다.
끊어진 목줄은 가장 달콤한 신호로 위장한다
두 회사의 사업 관계가 변하면 목줄이 끊어지고, 벌어진 간격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페어트레이딩의 최대 리스크다.
목줄이 끊어지는 계기는 다양하다. 한쪽 회사의 합병·분할, 주력 사업의 교체, 한쪽에만 닥친 회계 부정이나 규제. 이런 사건 뒤에는 과거의 스프레드 평균이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아니다. 문제는 목줄이 끊어진 직후일수록 z-값이 극단적으로 커져, 전략에는 오히려 최고의 진입 신호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벌어질수록 더 확신을 갖고 베팅을 늘리다가, 간격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평균회귀 전략의 전형적 파국 시나리오다.
- 항복 규칙 — "z가 4를 넘으면 관계가 변한 것으로 보고 손절한다" 같은 규칙을 미리 정해 둔다. 사후 판단에 맡기면 확신이 손절을 이긴다
- 주기적 재점검 — 공적분 검정은 한 번 통과로 끝나지 않는다. 관계는 살아 있는 것이므로 정기적으로 다시 검정한다
- 숏 비용 — 주식을 빌리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나간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평균회귀 베팅의 파국을 보여 준 가장 유명한 사건이 1998년 헤지펀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붕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여한 이 펀드는 "벌어진 간격은 좁혀진다"는 수렴 베팅을 막대한 차입과 함께 전 세계 시장에 깔아 두었다. 그러나 19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안전자산으로 도피했고, 좁혀져야 할 간격들이 시장 전체에서 동시에 더 벌어졌다. 이론상 언젠가는 돌아올 간격이었지만, 차입으로 부푼 포지션은 그 "언젠가"까지 버틸 수 없었다. 펀드는 수개월 만에 자본 대부분을 잃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선한 민간 컨소시엄의 구제를 받았다.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평균회귀는 "언제" 돌아오는지 말해 주지 않으므로 버틸 체력(레버리지 관리)이 전략의 일부다. 둘째, 위기에는 서로 무관해 보이던 수렴 베팅들이 한 몸처럼 무너진다. 쌍을 나눠 담았다고 분산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 §3의 "한 종목은 한 쌍에만" 규칙조차 시장 전체의 유동성 위기 앞에서는 완전한 방패가 아니다.
출처 Lowenstein, When Genius Failed: The Rise and Fall of Long-Term Capital Management, Random House, 2000 · Jorion, "Risk Management Lessons from Long-Term Capital Management", European Financial Management 6(3), 2000. doi:10.1111/1468-036X.00125
퀴즈와 정리
답을 보기 전에 먼저 스스로 답해 본다. 전부 이 모듈 안에서 다룬 내용이다.
상관은 높지만 공적분이 아닌 두 종목을 비유로 표현하면?
진입 문턱 1.5와 청산 문턱 0.5를 다르게 둔 이유는?
스프레드 평균 0, 표준편차 4, 오늘 값 −6이면 z는? 매매 판단은?
시장중립 포지션(롱 1,000만 원, 숏 1,000만 원)에서 시장 전체가 3% 하락해 두 종목이 똑같이 3%씩 떨어졌다. 손익은?
양성 대조군에 "상관만 높고 공적분은 없는 미끼 쌍"을 일부러 심은 이유는?
음성 대조군(독립 랜덤워크만 있는 가짜 시장)에서 전략이 쌍을 3개 채택했다면 무엇을 의심해야 하나?
헤지비율이 2.0인 쌍(스프레드 = B − 2.0×A)에서 z = +2.1이 나왔다.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나?
① 공적분 = 목줄. 개별 경로(주인)가 아니라 간격의 복원력(목줄)에 베팅한다. 상관은 후보 자격일 뿐 — 목줄의 존재는 반드시 통계 검정으로 확인한다.
② 시장중립 = 롱·숏 상쇄로 시장 방향과 무관해진 상태. 단, 리스크의 제거가 아니라 교환이다 — 방향 리스크 대신 목줄 끊김 리스크를 진다.
③ 진입·청산 문턱을 둘로 나누는 히스테리시스가 경계 잔매매를 막는다. 문턱은 상식적 값으로 고정하고, 과거에 맞춰 튜닝하지 않는다.
④ 양성 + 음성 대조군 = 전략 구현의 임상시험. 진짜 알파는 OOS에서 살아남는다 — 인샘플 성적의 크기가 아니라 OOS와의 낙차를 본다.
참고문헌
수치와 일화는 아래 원문 기준으로 서술했다. 링크는 공개 원문 또는 공식 DOI가 확실한 것만 달았다.
이론 · 원리
- Engle, R. F. & Granger, C. W. J. (1987). "Co-integration and Error Correction: Representation, Estimation, and Testing." Econometrica 55(2). doi:10.2307/1913236 — 공적분 이론의 체계화. 2003년 노벨 경제학상(그레인저: 공적분·공통 추세, 엥글: ARCH)의 근거 업적. 공식 발표: nobelprize.org
- Murray, M. P. (1994). "A Drunk and Her Dog: An Illustration of Cointegration and Error Correction." The American Statistician 48(1). doi:10.1080/00031305.1994.10476017 — "술취한 주인과 개" 비유의 원전.
- Dickey, D. A. & Fuller, W. A. (1979). "Distribution of the Estimators for Autoregressive Time Series with a Unit Root." Journal of the 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 74(366). doi:10.1080/01621459.1979.10482531 — 단위근(ADF) 검정의 원류.
실증 · 사례
- Gatev, E., Goetzmann, W. N. & Rouwenhorst, K. G. (2006). "Pairs Trading: Performance of a Relative-Value Arbitrage Rul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19(3). doi:10.1093/rfs/hhj020 — 페어트레이딩의 대규모 실증. 전략의 모건스탠리 기원설도 이 논문이 "전해지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 Lowenstein, R. (2000). When Genius Failed: The Rise and Fall of Long-Term Capital Management. Random House. — LTCM 붕괴의 표준 기록.
- Jorion, P. (2000). "Risk Management Lessons from Long-Term Capital Management." European Financial Management 6(3). doi:10.1111/1468-036X.00125 — LTCM 리스크 구조의 학술 분석.
이 자료의 백테스트 수치(인샘플 샤프 3.58 → OOS 3.32, 비교 대상의 +5.59 → −0.55)는 강의용 실험 플랫폼의 합성데이터 실험 실측이며, 실제 시장의 기대 성과를 시사하지 않는다. 실습의 스프레드 경로는 난수 없는 결정론적 합성 경로다. 모건스탠리 기원설은 1차 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정황으로, "~로 알려져 있다"로 구분해 서술했다. 인용 연도는 발표 기준이다.